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버트런드 러셀 - 행복의정복(1)습관화된 경쟁심에 대하여
    자유로운 생각/철학 2022. 3. 20. 00:39

     

    습관화된 경쟁심은 경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분야까지 쉽사리 침투한다. 독서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책을 읽는 동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책을 읽는 것이 좋아서 읽는 것이고, 또 하나는 책을 읽었다고 자랑할 수 있어서 읽는 것이다. (중략) 하지만 이들이 고전을 읽는 법은 없다. (중략) 모든 사람들이 여러 가지 지적인 즐거움을 누릴 능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사회평론, p58-

     

    책을 고를 때 고민하는 지점이다. 눈에 띄는 책이 있어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동기는 늘 둘로 갈라진다. 이 책을 읽으면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이 책을 읽으면 그 자체로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 어느 순간 책 역시 나의 이익을 위해 읽어야 하는 도구로 변해가는 건 아닌가 하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책을 읽고 난 후 내 삶이 물질적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가늠하며 책을 고르는 것 자체가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런 것과 상관 없이 책을 읽는 순간 자체를 즐길 수 있고, 내 주변을 잠시나마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을 읽을 때 여운은 좀 더 오래 남는다. 책을 고르는 관점이 이렇게나 나뉘어진 현실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 다시금 삶의 의미, 방향에 대해 고민해본다. 

     

     

    어느 봄날, 나는 미국 대학생들 몇몇과 함께 캠퍼스 기슭의 숲을 거닐었다. 숲에는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만발해 있었지만 그 야생화들 중에서 어느 것 하나의 이름이라도 제대로 아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하기야 그런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꽃 이름 따위를 알아봐야 돈벌이에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을 텐데.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사회평론, p60-

     

    수년 전 회사 야유회 기간 중 아침 산책을 하며 동료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그 동료는 산책 중에 보이는 꽃의 이름을 신기하게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처음 듣는 이름들이었다. 더불어사는 세상을 꿈꾼다,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정작 가장 나와 가까이 있는 자연에 대해서 몰랐다는 것에 적잖은 깨달음이 있었던 기억이다. 나의 무의식에 자리한 생활방식을 아무 비판 없이 그대로 인정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할 때이다. 나는 내가 사는 곳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내가 매일 오르는 산에서 보는 나무와 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