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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맞나자유로운 생각/철학 2019. 6. 4. 01:04
오늘 본 영화 '논픽션'의 대사가 계속 생각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변화를 일으키려면 일단 움직여야 한다. 현실의 압박에 차츰 풀이 죽어가던 시점에 만난 좋은 영화다.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정의하려 드는 기존의 미디어를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프랑스만의 색채가 담긴 사랑 묘사법을 보고 있노라면, 따뜻한 말 없이도 위로받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지금 우리는 전문가를, 공신력있는 자들을 쫓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다른 분야와 관련된 거물급 인사들의 발자취를, 그들의 말을 그저 따라가고 흉내 내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고 있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멘토를 찾아 그들을 롤 모델로 삼은 것으로 인생을 어느 정도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고독해져야 한다. 자립심을 길러야 한다. 그들의 말과 삶의 경로는 하나의 참고가 될 뿐이다. 나 역시 그들의 사고방식을 좇는 것만으로 나는 의식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것은 뭔가 하나 부족한 구석이 있다. '나다움'은 죽었다 깨어나도 찾을 수도, 만들어낼 수도 없는 삶이 될 것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주인공처럼 공공기관의 횡포에 맞선 하루를 힘겹게 보내며 내린 나만의 삶의 대한 생각은, 별 거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 다운 것을 찾는 데 더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래도 기억에 남는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이유로 나는 더 나만의 것을 찾고, 그것을 갈고닦는 데 에너지를 쓸 것이다. 물론, 나를 지탱해주는 여러 가지 지식의 보고들, 유시민, 김어준, 주진우,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신문과 잡지들. 가끔 읽는 철학책과 열심히 보는 저널리즘 토크쇼 J는 꾸준히 내 생각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다음은, 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틀을 잡는 것이다. 지금처럼 특별한 기준이나 목표 없이 마음 가는 대로만 산다면, 그것이 내 진짜 마음인지 인지하기 전에 원치 않는 것들을 하며 소모적인 삶을 살지 모르기 때문이다.
절반을 뚝 떼서, 멋지게 일하고, 멋지게 옷을 입으며, 정열적으로 사랑을 한다. 나머지 절반 중의 절반은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 변혁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언론개혁'에 나의 힘을 쏟겠다. 사람들의 생각이 더 이상 흐릿하지만 심히 의도적인 미디어의 프레임에 갇혀 통제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약하지만 내 힘이 닿는 한 노력할 것이다. 나머지 반 중의 3분의 2는 환경을 위해 쓰고 싶다. 지지배 활동을 한다. 그리고 다른 활동일 있을 때 언제든 나는 내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교육이다. 내가 그 일을 하게 될지, 못 할지는 모르지만 할 수 있다면 교육을 통해 역시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익히는 것은 주변부에 불과하는 것을 늘 인식하고 살아야 한다. 디자인을 배우는 것, 회계나 데이터에 대해 공부하는 것 역시 그것이 주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적어도 내 삶에서는 그렇다. 본질을 놓지 않는 것, 외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부쩍 표현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어디서부터 온 두려움인지 모르나, 나와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내 기준에서 옳지 못한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 사람을 볼 때 심히 불쾌하고 불편하다. 심지어 두렵기까지 하다. 왜 그런 두려움이 생겼는지, 어디서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혜안은 없다. 하지만 유시민이 말했듯, 그 누군가 용감해보였던 사람도 그냥 두려운 것을 참았다고 했다. 나 역시 참고, 더 말해야 한다. 더 세련된 언어로. 다시 한번, 그들이 저열하게 나올 때도, 나는 고결하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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