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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열의 수호자 아르센 벵거
    Entertain contents/아스날 2016. 3. 26. 21:31

    아스날 관련 글을 쓴지가 오래 되어 오늘은 아스날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2008년 1월, 평소 좋아하던 로시츠키가 있는 팀으로 알고 있던 아스날의 경기를 보고 그 패싱 플레이에 매료되었다. 그때껏 특별히 좋아하는 팀이 없던 터라 아스날을 응원하기로 결정. 어느던 8년이 흘렀다. 꾸준히 그들의 플레이를 좋아하고 응원했다. 최고의 시절을 막 지난 시기에 팬이 되어 영광의 순간을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벵거 감독의 철학을 지지했고 그것만으로 팬으로서 자부심을 느껴왔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보며 느낀 것은 지난 시즌까지 벵거를 신뢰하던 그 느낌과는 약간 다르다. 이제까지는 결과가 좋지 않았어도 어떤 다른 구단에도 팀을 운영하고 경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에서 뒤쳐지지 않으며, 단지 운이 없었고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올 시즌 경기를 보면 뭔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벵거라는 꽃이 시들어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새로운 흐름을 완전히 이해하고 맞춰가는 것에 애를 먹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팀을 추스르기 위해 팀원들에게 신뢰를 보내고는 있지만, 단순히 신뢰의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 본인의 철학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아주 기본적인 선수들의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무패우승 시절의 면면을 보면 피지컬적으로, 스킬적으로 훌륭한 선수들이 많았으며, 그 선수들을 바탕으로 조직력을 갖출 수 있다. 물론 슈퍼스타 앙리와 베르캄프가 에이스 역할을 확실하게 해 준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지금은 슈퍼스타를 어렵사리 모셔왔으나, 베스트11을 구성하는 나머지 멤버들과의 실력차가 날이 갈수록 들어남을 볼 수 있다. 잠재력을 폭발시킬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폭발시키지 못하는 선수들과, 잠시 번뜩임을 보였으나 부상, 슬럼프 등을 이유로 꾸준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아스날의 우승권 도전에 지속적으로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결국 선택은 벵거의 몫이다. 단순히 예전의 영광, 아니 승자독식주의가 강요하는 우승컵을 위해 본인의 철학을 저버리고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던 선수를 매정하게 버릴 것인지, 아니면 임기 마지막 해 까지 본인의 방식을 고수할 것인지 말이다. 팬들이 원하는 우승컵을 최대한 빨리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수를 차차 영입하여 기존의 선수와 호흡을 맞춰 더 강한 아스날을 만들어 내기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단순히 팬들이 원하는 방향이라면, 위에서 언급했듯 살생부를 써내려가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 생각에는 반대한다. 만일 그렇다면, 굳이 벵거가 있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아스날을 좋아하고, 아스날의 플레이를 좋아하지만, 무엇보다도 벵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자꾸만 예전이 그리워진다면 분명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지금의 아스날을 보면 예전 생각이 난다. 하지만 아스날을 지지하고 응원하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적어도 벵거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한. 한 경기, 시즌, 이적시장, 축구 팀이 한 시즌 동안 치르는 일정을 통틀어 늘 나중에 무언가를 보여주었던 벵거였기에 아직 남은 시즌, 그리고 계약기간 말미까지 지켜볼 생각이다. 팔짱을 끼고 안경을 고쳐쓴 채 부릅뜬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팀 운영 철학에 동의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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