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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지니어스, 완성도 높은 시즌 2를 기다리며.
    Entertain contents/TV 2013. 11. 25. 03:07

    지난 7월에 종영한 더 지니어스 시즌 1을 최근에서야 보게 되었다.

    특히 좋아하던 스타크래프트1의 레전드 중 한명인 '홍진호'의 출연은 제대로 된 게임 방송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페어플레이에 정신에 입각해 서로를 인정하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할 것이라는 나의 기대는 1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무너졌다.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게임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가진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발단은 복병 '김경란' 아나운서였다.

     

    (사진출처 - 뉴스엔)

    한 마디로 그녀는 영리한 기회주의자였다. 1회에서는 성규를 강하게 압박하여 배신을 하도록 만들었고, 홍진호에게 곤란한 선택을 하게끔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초반 라운드를 보며 그녀가 엄청난 승부욕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프로그램의 슬로건인 '아름다운 패배자 혹은 추악한 승리자가 되는 것' 중 추악한 모습을 선택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1회와 2회 모니터 후 본인의 모습이 결코 보기 좋다고 생각되지 않았는 듯 이 후의 게임에서는 애써 좋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는 모습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코 승부 앞에서 양보를 한다거나 정면으로 상대와 맞서는 모습은 결승전에서도 조차 볼 수 없었다. 초반 라운드 본인의 선택으로 탈락자 후보를 정한 후 인터뷰 중 찍힌 사진 속 그녀는 울고 있지만 진심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프로그램 내에서 설정한 캐릭터라고 나는 믿고 싶다.

    김경란 아나운서에 의해 '악'으로 규정된 몇몇 중 중반부 까지의 게임 흐름을 장악해 간 이상민 역시 정정당당함 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경란 아나운서가 초반 대놓고 이득을 취하다 이후 눈치를 살피며 실속을 챙겨 나간 반면 이상민은 직설적인 기회주의자'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치밀하면서도 거침없었다.

     

    (사진출처 - 파이낸셜뉴스)

    처음부터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김구라, 만화가 김풍 등과 연합을 이루며 나름의 영향력을 과시하던 이상민은 회를 거듭할수록 본인 연합의 세가 기울어짐을 사전에 감지했고, 영민한 예측력으로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며 준결승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준결승 탈락자 결정전에서 김경란과 마주한 그는 체력과 기억력의 한계를 보이며 탈락했지만, 그 전까지 보여주었던 예능 캐릭터와 실제 모습 사이를 현란하게 넘나드는 모습은 왜 '룰라'의 이상민이 아직 건재한지에 대한 이유가 되었다. 중간 회 오프닝에 브로스 활동 시절의 옷을 입고 나와 깨알 같은 추억과 재미를 선사해 준 부분 또한 인상적이었다. 시즌 2에서 또 보게 될 것이 사실 반갑지는 않지만, 그 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한 껏 발휘한다면 또 다른 재미 요소를 줄 수 있을것이라 본다.

     

    사진출처 - 방송 캡쳐(tvN) 

    그리고 김구라. 그는 연기를 하는 것이었지만 결코 연기 같지 않았다. 나름의 분석을 해 본다면 게임 참여에 의의를 두기 보다는, 삶에 있어 본인 같은 캐릭터가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뼈저리게 각인시켜주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의도는 좋았지만 그의 거친 말과 비아냥거리는 행동에서 진정성이 느껴져 다소 불쾌했던 것은 사실이다. 평소 김구라 팬이었지만 이번 방송 만큼은 팬의 입장으로 보기 힘들 정도였다.

     

    사진출처 - 방송 캡쳐(tvN) 

    앞의 세 인물에 의해 악으로 규정된 세력이 맹위를 떨치며 게임을 지배해 나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진짜복병'은 성규였다. 인피니트의 리더, 나름의 영리함을 갖춘 그는 처음 게임에 적응하지 못 하는 모습을 드러내며 플레이어들이 경계심을 풀게 만들었다. 시청자인 나 또한 그에게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그의 전략이었다. 이후 이어지는 라운드 마다 재기 넘치는 활약을 보이며 경쟁자들을 하나 둘 쓰러뜨린 것이다.

    그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대 선배인 이상민마저 그에게 의지했으며, 카리스마 독설가 김구라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 했다.

    기세를 타고 승승장구하던 그는, 준준결승에서 무너졌다. 영리하지만 아직은 경험이 부족해 쉽게 자만하고 만 것이다. 홍진호와의 탈락자 결정전은 장장 한 시간 사십 분에 걸친 혈투였다. 승기를 잡았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탈락했다. 그러나 그의 활약은 인피니트 '성규'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사진출처 - 방송캡쳐(tvN)

    ('콩의 딜레마' 편에서 흥분하던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프로그램 작가는 홍진호의 팬이였을까 안티였을까?)

    결국 우승은 홍진호였다. 그의 본업이었던 스타크래프트 판에서 공식전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 했지만, 은퇴 후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어쨌든 그의 업과 관련된 '게임'이라는 종목에서 차지한 것이다.

    처음부터 그의 일정은 순탄치 않았다. 1회에 유일한 연합이었던 이준석은 탈락했고, 이 후 차민수 연합에 가담했지만 오래 가지 않아 와해된 것이다.

    그러나 결코 멈추지 않았다. 뚜벅뚜벅 그 만의 길을 걸었고, 결승전에 가까워 갈 수록 레전드 게이머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7회 오픈&패스 편에서는 그가 왜 프로게이머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회였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여, 누구보다도 쉽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게임 하는 것을 보며 전율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첫 회부터 결승전까지 누구도 배신하지 않았고, 버리거나 이용하지도 않았다. 때론 힘을 보태고, 때론 묵묵히 혼자 자신의 게임을 펼쳤다. 그렇기에 그의 우승이 더욱 빛나 보였다. 정의는 승리한다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것만 같았다. 또한 제작진의 의도가 단순히 '정의가 승리한다'라는 공공연한 문구를 연상케 하기 보다는 좀 더 극적인 상황 속에서 홍진호가 우승함으로 '진실된 정의가 승리했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다.

     

     

    1회 부터 12회까지의 방송을 다 보고 난 후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았다. 영화 신세계를 연상케 하며 마지막회에 등장한 노홍철이 반가웠고,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한 층 커졌다.

    아울러 삶을 압축해 놓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삶 속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들 속에서 결코 밝은 면만 존재하지는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출연자 개개인의 면면이 화려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을 다투는 사람들이기에 모두의 삶을 대변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은 저 자리에 있어 봤으면, 그래서 저렇게 뛰어난 자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외 플레이어였던 차민수, 차유람, 박은지, 최정문, 최창엽, 김민서, 김풍, 이준석 또한 각각의 매력을 가진 능력자 들이었다. 물론 위에 언급한 사람들에게서 가장 큰 매력들을 느낀 것은 틀림없다.

    또 한가지 이 방송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 분야를 가리기 보다는 나름의 관심가는 분야를 찾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나만의 분야에서 강자가 된다면 나 또한 영리하게 삶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곧 시작 될 시즌 2에서 새롭고 신선한 게임들의 등장과, 잘 몰랐던 인물들의 매력을 발견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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